반양장본 | 144쪽 | 182*232mm | 424g | ISBN : 9791185676494

 센다이 출신으로 도치기현에서 과자 교실을 운영하다 2008년부터 5년간 영국에서 과자 교실을 연 경력이 있는 저자의 책으로 2018년 2월에 나온 책이다. 한국에서는 2018년 9월에 발 빠르게 번역되어 나왔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과자가 서양과자의 표준처럼 되어 있기에 영국식 과자는 신선하고 특이한 주제이다. 책 표지 디자인의 경우 영국의 느낌을 잘 살렸다. 책등 쪽으로 영국식 체크무늬 천을 두른 듯한 디자인과 표지 사진에 티타임을 구현해 놓은 부분이 그렇다. 다만 책표지의 한국어 폰트는 진부하고 귀여운 느낌이 없다. 또 하단에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라고 강조해놓은 부분은 책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지 않았어도 잘 팔렸을 책인데 출판사에서 지나치게 홍보목적으로 적어둔 것 같다(일본 원서에는 그 부분에 “영국이 좋아지는 과자 칼럼 수록”이라고 적혀 있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과자 사진을 너무 잘 찍었다는 점이다. 영국 과자의 소박하고 따뜻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많은 요리책이 단순히 예쁜 사진을 싣는 데 집중하는데 그것은 매우 잘못된 접근이다. 요리책의 사진은 그 책의 기획의도를 반영해야 한다. 본서의 사진들은 집에서 만드는 소박한 영국 과자라는 그 기획의도에 맞게 조명과 구도가 설정되어 있다. 들쑥날쑥하지 않고 렌즈의 선택, 조명, 구도, 채도 등 매우 일관된 방식으로 찍었다. 적당한 클로즈업이라 마치 식탁을 앞에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점도 좋았다. 그런데 편집과정에서의 문제인지 일부 해상도가 깨진 듯 흐릿한 사진이 몇 개 있다(p55, p68가 특히 심함). 개정판에서는 일부 사진을 바꾸면 더욱 완전한 책이 될 듯싶다.

  레시피들은 간단하고 재료가 단순한 점이 훌륭하다. 실제로 집에서 하기에 부담이 없다. ‘나 잘났소’ 식의 힘만 주고 유용하지 못한 요리책들과는 그 격이 다르다. 또한 일본인이 쓴 요리책은 대부분 자국민의 입맛에 맞추어 레시피를 변형하는 경향이 있는데 본 서적은 정통 영국 레시피를 그대로 실은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책의 크기도 적절하고 표지는 코팅 지로 아주 약간의 텍스쳐가 들어가서 맨 비닐 코팅보다는 잡는 느낌이 좋다. 내부 종이 재질도 약간 광이 있어서 무난하다. 면지가 책의 소박한 느낌을 살려주는 크라프트지인 것도 어울린다. 또한 레시피가 한 페이지에 정리되어 있어서 페이지를 넘길 필요 없이 펴 놓은 상태로 요리하기 편리하다. 

  최근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네온 총천연색의 과자들이 유행하는 가운데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오래되고 시대에 뒤쳐지고 촌스러운 느낌이 되려 신선했다. 니체의 표현을 빌자면 본 과자 레시피 책은 ‘반시대적으로(unzeitgemäß)- 시대에 반항하여, 그럼으로써 동시대를 위하여, 그리고 앞으로 올 시대를 위하여’ 쓰여진 과자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요리책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레시피의 정확성은 아직 실제로 검증하지 못했다. 조만간 바람서적에서 몇 개의 과자를 샘플로 만들어 본 후 사진과 함께 추가 후기 올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