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쪽 | 152*220mm | 239g | ISBN : 9791189088064

   1990년대 초반 중구 을지로 1가 63번지 미국문화원에서 한여름에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미국학 강의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한데 지금은 어떻게 건강하게 잘 계시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한국 근현대사와 미국사를 통해 바람직한 역사관을 명쾌하게 정리해 주는 이주영 교수님의 2018년 저서. 표지는 마치 80년대 중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처럼 허접하지만, 내용은 매우 알차고 상상 초월하게 날카롭다. 새로운 저서를 써내셨다기보다는 급박하게 좌경화되어가는 대한민국의 문화지형에서 어떻게 하면 균형 잡힌 역사관을 알릴까 하는 구국충정에서 정리하신 글이라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이제 노년에 아무런 눈치 보기나 두려움 없이 역사에 대해서 솔직하게 쓰셨다는 느낌도 있다. 학자적인 자세를 끝까지 견지하셔서 공정성과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시는 점도 인상적이다. 글에서 교수님의 날카로움과 깊이가 느껴졌는데 한국에서 정치를 하거나 역사를 공부하는 이라면 단순히 읽는데 그쳐야할게 아니라 몸으로 외워야 할 내용이다. 

  책의 크기는 들고 다니기 좋은데 조금 어정쩡하다(더 작고 두껍게 나왔으면). 결정적으로 표지 디자인이 허접한 것이 큰 단점이다. 표지에 나열된 사진도 채도나 색상이 전혀 흡인력이 없다. 책 내용의 깊이와 무게감에 비해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젊은 독자들을 고려해서 좀 더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표지를 디자인 해야 했다. 출판사에서 대충 꾸미지 않았나 싶은데 다시 출판될 경우 고쳐졌으면 한다. 책 본문에 사용된 종이는 훌륭하다. 책이라는 것이 최초 그 책을 구매한 사람을 넘어 계속 전달되면서 누군가에게 읽혀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표지 외에 본문에 사용된 종이의 품질 역시 매우 중요한데 요즘의 책을 보면 그러한 디테일한 책의 물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표지만 그럴싸한데 내부 종이가 허접한 요즘 책들과는 반대된다. 책 마지막 ‘더 읽어야할 책’ 소개 부분도 매우 유용했다.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고 꼭 역사학도나 정치지망생이 아니더라도 교양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2018년 한 해 출판된 책들 중 가장 중요한 책 중 한 권에 선정될만 한 훌륭한 책이다.